마음의 감기인가요, 뇌의 질환인가요?
부모님이 최근 들어 부쩍 말수가 적어지거나, "만사가 귀찮다", "자꾸 여기저기 아프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나요? 혹은 방금 한 일도 기억하지 못해 치매가 온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년기에 나타나는 인지 기능 저하 중 상당수는 실제 치매가 아닌 '노인성 우울증'에 의한 가성 치매(Pseudodementia)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네 번째 시리즈에서는 마음의 병이 어떻게 몸과 머리의 병으로 나타나는지, 자녀들이 어떻게 이 미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노인성 우울증, 왜 '가면'을 쓰고 나타날까요?
젊은 층의 우울증이 슬픔이나 무기력함으로 표현된다면, 노년기 우울증은 정서적인 표현보다는 신체적인 통증이나 인지 기능 장애로 나타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를 '가면 우울증'이라고도 부릅니다.
- 신체화 증상: 검사 결과는 정상인데 계속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소화가 안 된다거나, 온몸이 쑤신다고 호소합니다.
- 인지 기능 저하: 집중력이 떨어지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질문을 하면 "모르겠다"는 대답을 반복합니다. 이것이 치매처럼 보이기 때문에 많은 가족이 오해를 하곤 합니다.
[비교표] 치매 vs 노인성 우울증(가성 치매) 어떻게 다를까?
치매와 우울증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아래 표를 통해 부모님의 상태를 비교해 보세요.
| 구분 항목 | 치매 (알츠하이머 등) | 노인성 우울증 (가성 치매) |
| 발병 시기 | 서서히 진행되어 정확한 시작점을 모름 | 비교적 급격히 나타나며 시작 시점이 명확함 |
| 기억 장애 호소 | 본인은 기억력에 문제가 없다고 부정함 | 본인이 기억력 문제를 매우 걱정하고 호소함 |
| 질문에 대한 대답 | 근사한 오답을 내거나 말을 꾸며냄 | 대개 "모르겠다"며 대답 자체를 포기함 |
| 기분 변화 |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음 | 아침에 기분이 더 가라앉고 힘들어함 |
| 노력의 정도 | 질문에 답하려고 끝까지 애를 씀 | 검사나 대화에 의욕이 없고 쉽게 포기함 |
[자가 진단] 한국판 노인 우울 척도 (GDS-K) 단축형
부모님의 지난 한 주간 기분 상태를 확인해 보세요. 5점 이상이면 상담이 필요한 수준이며, 10점 이상이면 전문가의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예: 1점 / 아니오: 0점)
- 현재의 생활에 대체로 만족하십니까? (아니오=1)
- 활동이나 관심거리가 많이 줄었습니까? (예=1)
- 삶이 텅 비어 있는 것같이 느끼십니까? (예=1)
- 생활이 지루하다고 느끼십니까? (예=1)
- 앞날에 대해 희망적이십니까? (아니오=1)
- 떨쳐버릴 수 없는 생각들 때문에 괴롭습니까? (예=1)
- 대체로 활기차게 사시는 편입니까? (아니오=1)
-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불안하십니까? (예=1)
- 대체로 행복하다고 느끼십니까? (아니오=1)
-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이 드십니까? (예=1)
- 외출하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하십니까? (예=1)
- 기억력이 남들보다 더 나쁘다고 느끼십니까? (예=1)
- 지금 살아있다는 것이 즐겁게 느껴지십니까? (아니오=1)
- 지금 자신의 처지가 아무런 희망도 없다고 느끼십니까? (예=1)
-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못하다고 느끼십니까? (예=1)


자녀가 실천할 수 있는 '마음 처방전'
노인성 우울증은 치료 효과가 매우 좋은 편입니다. 자녀의 작은 노력이 부모님의 일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① 햇볕 아래 산책 (비타민 D와 세로토닌)
햇빛은 천연 우울제입니다. 하루 30분 정도 부모님과 손을 잡고 산책하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합성을 돕고 수면의 질을 높여 우울감을 완화합니다.
② '말 걸기'보다 '들어드리기'
"왜 그렇게 기운이 없으세요?", "운동 좀 하세요"라는 조언보다는 부모님의 과거 이야기나 서운했던 감정을 충분히 들어드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자신의 삶을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우울감을 이기는 힘이 됩니다.
③ 작은 성취감 만들어 드리기
화분 돌보기, 손주에게 요리 가르쳐주기 등 부모님이 '내가 아직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소일거리를 만들어 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의 병을 고치면 기억력도 돌아옵니다
노인성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 저하는 다행히 우울증이 호전되면 기억력도 다시 회복됩니다. 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실제 치매로 이행될 확률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예전 같지 않다면 "나이 들면 다 그래"라고 무심하게 넘기지 마세요. 자녀의 세심한 관찰과 따뜻한 한마디가 부모님의 뇌를 다시 깨우는 최고의 치료약입니다.
⚠️ 유의사항
본 포스팅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일반적인 건강 지식 공유를 목적으로 하며,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나 상담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자해 혹은 사고의 위험이 있는 극심한 우울 증상을 보이거나 식사를 전면 거부하는 경우, 이는 응급 상황일 수 있으므로 즉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방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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