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치매 예방, 골든타임을 결정하는 것은 '코'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치매의 첫 증상으로 '방금 한 일을 잊어버리는 것'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학계의 수많은 연구는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이 진단되기 최대 10년 전부터 우리 몸에 미세한 변화를 일으킨다고 말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각이 바로 후각(Smell)입니다. 오늘 시리즈의 첫 번째 시간에는 부모님의 코 건강이 왜 뇌 건강의 척도가 되는지, 그리고 자녀들이 일상에서 어떻게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지 심층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후각과 뇌 세포의 밀접한 연결 고리
우리 뇌에서 냄새를 처리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면서도 원초적입니다. 코를 통해 들어온 향기 입자는 후각 신경을 타고 뇌의 '후각 구(Olfactory Bulb)'로 전달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후각 구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독성 단백질이 쌓이면서 세포를 파괴하는 병입니다. 그런데 이 독성 단백질이 가장 먼저 공격하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후각 경로입니다. 즉, 기억력이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전에 냄새를 맡고 구별하는 신경 기능이 먼저 손상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한 유명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후각 기능이 현저히 낮은 노인은 정상인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약 2~3배 이상 높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놓치기 쉬운 후각 저하의 징후들
부모님은 자신의 후각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자녀들이 옆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 음식의 간이 평소보다 지나치게 짜거나 달아짐: 맛을 느끼는 감각의 80%는 후각입니다. 냄새를 못 맡으면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조미료를 과하게 쓰게 됩니다. 갑자기 부모님의 음식 솜씨가 변했다면 '손맛이 변했네'라고 넘길 것이 아니라 후각 저하를 의심해야 합니다.
- 자신의 몸이나 집안 냄새에 무뎌짐: 평소 깔끔하시던 분이 몸에서 나는 냄새나 집안의 퀴퀴한 냄새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한다면 신경계 퇴행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 타는 냄새나 가스 냄새를 감지하지 못함: 이는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주방에서 음식을 태우는 일이 잦아지거나 가스 불 끄는 것을 잊는 것과 동시에 냄새를 못 맡는다면 매우 위험한 신호입니다.
- 특정 냄새를 다른 냄새로 착각함: 예를 들어, 장미 향기를 맡았는데 "매캐한 연기 냄새가 난다"라고 하시는 등의 '환후(Phantosmia)' 증상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자녀가 함께하는 홈-후각 테스트 가이드
단순히 "냄새 잘 나요?"라고 묻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주말에 부모님 댁을 방문했을 때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테스트를 진행해 보세요.
- 식별 테스트 (Identification Test): 커피 가루, 식초, 오렌지, 비누 등 4~5가지 강한 향을 준비합니다. 부모님의 눈을 가리고 코에서 약 5cm 떨어진 곳에서 냄새를 맡게 한 뒤 무엇인지 맞히게 하세요. 단순히 "냄새가 난다"가 아니라 "이것은 커피다"라고 정확한 이름을 명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역치 테스트 (Threshold Test): 냄새의 농도를 아주 연하게 해서 맡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물에 향수를 아주 살짝 섞어 농도 차이를 둔 뒤, 어느 시점부터 냄새를 감지하시는지 체크합니다.
후각 저하가 모두 치매는 아닙니다 (감별 진단)
물론 코가 막힌다고 해서 무조건 치매를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도 후각은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 만성 비염 및 축농증: 코점막이 부어 있으면 향기 입자가 신경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 감기 후유증: 바이러스가 후각 세포를 일시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 특정 약물 부용: 혈압약이나 항생제 중 일부는 후각에 영향을 줍니다.
- 아연 결핍: 미네랄 중 아연이 부족하면 미각과 후각이 동시에 둔화됩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입니다. 비염 증상이 없는데도 6개월 이상 후각 저하가 계속되고, 최근 일을 자꾸 되묻는 기억력 문제가 동반된다면 이때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코로 시작하는 뇌 건강 관리
후각을 자극하는 것은 역으로 뇌 세포를 활성화하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평소 부모님께 다양한 향기를 접하게 해드리고, 아로마 테라피나 요리 활동을 함께하는 것은 치매 예방에 훌륭한 '두뇌 체조'가 됩니다. "코는 뇌의 외부 통로"라는 말을 기억하세요. 오늘 저녁, 부모님께 향긋한 차 한 잔을 대접하며 후각 건강을 체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참고 문헌 및 근거 자료
-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 (JAGS) - 후각 기능과 치매 상관관계 보고서
- 국가치매지식정보포털 자료실
- Mayo Clinic - Alzheimer's symptoms and early signs
⚠️ 유의사항
본 포스팅에서 제공하는 건강 정보는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진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체질이나 기저 질환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의사의 상담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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